개성 넘치는 빈티지 카페. 망원동 ‘우아하게’
글 : 원수연
망리단길을 돌아다니다 보면 빈티지스러운 가게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간판이 아예 없는 곳들도 꽤 있어 “여기는 뭐 하는 곳이지?”라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가게를 슬쩍 기웃기웃 거리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생긴지 갓 두 달이 되어가는 카페 ‘우아하게’ 역시 이런 가게들 중 하나인데, 요즘 떠오르는 한국적인 빈티지로 매력을 폴폴 내며 사람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갑작스레 추워진 토요일 오후, 아늑함이 가득한 ‘우아하게’로 발걸음을 향한 나는 한동안 이곳에 취해 있었다.
70년대 느낌 충만한 외관을 보면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커다란 간판이 강하게 들어온다. 그런데, 카페 이름이 아닌 어느 샤시 가게의 상호명이 붙였다가 떼어낸 자국이라 잠시 어리둥절 했었다^^; 그리고 카페 이름이 쓰인 입체 글자 간판은 오른쪽 벽면 상단에 자그마하게 붙어있다. 지상 1층만으로 이뤄진 가게 건물은 옛날 목욕탕 건물 벽돌로 이뤄져 있으며, 가운데 벽을 경계선으로 둔 채 양쪽으로 넓은 통유리가 자리해있다. 하얗고 작은 입간판에는 ‘음료’, ‘커피’라고 투박한 글씨로 쓰여져 있어 이곳이 카페구나 라는 걸 짐작하게 한다.
전체적인 인테리어는 한국식 빈티지로 이뤄져 있는데, 매번 느끼지만 이런 느낌은 정말 매력적인 것 같다.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을 생각나게 하는 천장, 8~90년대 좀 살던 친구네 집 바닥 소재(나무)와 식탁, 당장 알까기 해도 될 것 같은 바둑판 테이블과 다방 테이블 등등이 추억을 떠오르게 하면서 마냥 촌스럽지 않은 세련된 포인트 인테리어들과 함께 어울러져 있기 때문이다.
카운터에는 단촐한 메뉴판이 자리하고 있다. 음료는 크게 에그 커피/에스프레소/차&음료/에이드로 구성돼있고, 디저트는 단팥크림 그린티 케이크와 단호박 케이크, 캐슈넛 쿠키 등이 있다. 참, 이곳 회원카드가 좀 특이한데, 바로 출퇴근 카드라는 점이다. 종이를 기계에 넣으면 시간이 찍히는 그 카드인데, 기계는 없는 듯 했고, 카드는 카운터 벽면에 촤르륵 꽂혀 있었다. 8회 출근하면 커피 한 잔을 준다고 한다(ㅋㅋㅋ). 셀프 코너엔 물과 화장지가 있으며, 그 옆에는 옛날 슈퍼 쇼케이스가 자리해 있다. 그곳엔 케이크와 음료가 있었다.
주문한 것은 카페 라떼와 체리베리 우유, 단호박 케이크, 단팥크림 그린티 케이크다. 먼저 카페라떼는 비주얼은 믹스 커피였지만 맛은 카페 라떼였고, 체리베리 우유는 적당히 달달해서 어떻게 만드는지 배우고 싶었다. 단호박 케이크는 깔끔한 단맛이 좋았고, 단팥크림 그린티 케이크는 ‘비비빅’ 아이스크림이 생각나는 단팥 크림과 그린티가 조화로워 계속 숟가락질을 하게 됐다. 숟가락질 얘기를 하니까 문득 생각났는데, 여기는 숟가락도 독특하다. 나무 막대 끝에 홈을 만들어 그 안에 가리비 껍데기 같은 납작하면서도 동그란 것을 끼워 철사로 가지런히 휙휙 감은 모습이다.
카페 안을 구경하다가 의자에 누워 사이 좋게 낮잠을 즐기는 길고양이 두 마리를 보고 엄마 미소가 절로 나왔다. 이곳은 길고양이들도 왔다 갔다 하는 안식처이기도 해서 가게 곳곳 ‘길고양이가 지나다가 잠시 쉬어 가기도 합니다. 가방이나 소지품 주의 바랍니다.’라고 쓰여있다. 이와 관련한 에피소드를 하나 얘기하자면, 수다를 떨던 중 가게 마스코트나 다름없는 녀석들 중 하나가 어슬렁어슬렁 우리 자리로 오더니 손을 휙 내저었다(“비켜라 인간. 내가 여기 앉겠다”라고 하는 것 같았다). 결국 앉아 있던 자리를 내주고 딱딱한 의자에 앉았지만 곤히 잠든 녀석을 보니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원수연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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