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데기, 산낙지 등 외국인에게는 너무 먼 한국 음식
글 : 공인혜
여행에서는 그 나라의 로컬 푸드를 먹는 재미도 빠질 수 없다. 나라마다 고유의 문화와 식재료, 생활 습관이 어우러지면서 그 나라만의 독특한 음식 문화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물론 거리낌 없이 접할 수 있는 편한 음식도 있겠지만 평소 접하지 못한 새로운 조리법이나 식재료에 당황할 때도 적지 않다. 즉, 우리에게는 별미인 음식이 외국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요즘, 외국인이 유난히 어려워하는 한식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자.
번데기
얼마 전 TV 프로그램에서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번데기 통조림을 먹는 장면이 나왔다. 그들은 문화의 상대성을 인정하며 먹기를 시도했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번데기는 예전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고단백 영양 간식으로 사랑받아 왔다. 짭짤하면서 씹는 순간 톡 터지는 식감, 거기에 담백한 맛이 느껴지는 번데기는 레시틴도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로 삶은 번데기를 양념하거나 탕으로 끓여 술안주로 먹곤 하는데 외국인들에게 번데기는 비주얼 때문에 쉽게 시도할 수 없는 음식이다.
도토리묵
고소한 맛과 향이 일품인 도토리묵은 사라진 입맛을 돋우는데 별미인 음식이다. 도토리묵 자체만 먹으면 약간의 씁쓸함과 더불어 익숙하지 않은 식감 때문에 외국인들은 다소 꺼릴 수 있다. 또 젓가락으로 잘 잡히지 않는 미끈거림으로 도전하기가 영 쉽지 않다. 하지만 도토리묵을 새콤하게 무쳐 샐러드처럼 먹거나 시원한 묵사발로 만들면 외국인들도 비교적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다.
닭발
비닐장갑을 끼고 닭발 뼈를 야무지게 뱉어가며 먹고, 매운 입과 속은 주먹밥으로 달랜다. 매콤하게 양념해 숯불 위에서 굽거나 볶아 먹는 닭발은 술안주와 야식으로 인기 메뉴지만 닭발을 통째로 요리하다 보니 외국인들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닭발을 못 먹는 사람들이 있지만 특유의 감칠맛 나는 매콤함과 뼈 사이에서 찾을 수 있는 쫄깃한 식감은 그 어떤 요리로도 대체할 수 없다. 뼈 있는 닭발이 다소 부담스럽다면 뼈 없는 닭발을 권유해도 좋다.
간장게장
간장게장 하나면 밥 한 공기는 우습게 비울 정도로 간장게장은 진정한 밥도둑이다. 특히 꽃게 철에 살과 알이 통통한 게로 만든 간장게장은 별미 중 별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장게장은 외국인들에게 쉽게 도전할 수 없는 음식이다. 보통 외국에서는 게를 스튜나 살만 발라서 먹는 경우가 많은데 간장게장은 간장으로 숙성시켜 날 것 그대로인 듯한 느낌에 특유의 비린내가 나기 때문이다.
곱창이나 순대
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돼지나 소의 살코기 부분만을 이용해 요리하지만 우리나라는 다양한 부위를 이용해 음식을 만든다. 소와 돼지의 내장을 깨끗이 씻어 지글지글 맛있게 구워 먹는 곱창은 쫄깃함과 담백함으로 사랑받는 메뉴이지만 외국인들에게 당연히 어색할 수밖에 없다. 떡볶이와 찰떡궁합인 순대는 국민 간식 중 하나로 비주얼 부분에서는 합격이지만 돼지 곱창에 당면과 선지를 이용해 만든 조리법이라고 얘기해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산낙지
외국인들이 한국의 음식 중에서 가장 큰 충격과 공포를 경험하는 것이 바로 산 낙지다. 살아 있는 산 낙지를 잘게 잘라 기름장에 콕 찍어 먹는 맛이 우리에게는 별미지만, 외국인들은 꿈틀거리는 산 낙지를 젓가락으로 잡는 것조차 꺼린다. 용기 내어 먹어 본 외국인들의 반응은 제각각이긴 하지만 먹기 전 목구멍에 달라붙을까 봐 걱정하는 건 거의 비슷했다. 낙지 탕탕이뿐만 아니라 해물탕이 보글보글 끓을 때 산 채로 넣어주는 낙지에도 기겁한다.
삭힌 홍어
홍어는 전 세계적으로 골고루 서식하는 어종이지만 대부분은 먹지 않는다. 하지만 전라도에서는 ‘잔칫집에 홍어가 빠지면 섭섭하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잔칫상이나 제사, 차례상에서도 빠지지 않는 매우 보편화된 음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호불호가 격하게 갈리는 음식 중 하나이긴 하지만 삭힌 홍어의 매력에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가 없다. 특히 홍어 삼합의 조화는 기가 막힌다. 하지만 저 멀리서도 코를 찌르는 강한 향 때문에 외국인들은 코를 막고 고개를 휙 돌리기 일쑤다.
개불
개의 불알처럼 생겼다고 해서 개불이라는 이름이 붙었을 만큼 개불의 생김새가 사실 정감 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썰어 놓고 보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은 비주얼인데 수산시장에서 개불의 완전체를 본 외국인들은 강한 거부감부터 보인다. 거기에 날것을 먹는 문화가 거의 없는 나라에서 온 사람이라면 더더욱 먹기를 꺼릴 수 있다. 하지만 쫄깃한 식감과 은은하게 감도는 단맛이 좋고 고혈압이나 빈혈 예방, 풍부한 단백질 등으로 건강에 도움이 되는 요리다.
미더덕
전 세계 곳곳에서 서식하는 미더덕이지만 먹는 나라는 거의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알려져 있다. 남쪽에서는 미더덕을 예전부터 먹었지만 사실 우리나라 전체가 미더덕을 먹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한다. 신선한 미더덕은 회로 먹기도 하는데 일반적으로는 독특한 향 때문에 국물 요리에 많이 사용된다. 국물 안에 있던 미더덕을 씹으면 뜨거운 국물이 팍하고 터져 입천장을 데기 일쑤지만 그래도 그 향과 씹는 즐거움을 놓칠 수는 없다. 외국인들은 이 말캉거리면서도 딱딱함이 공존하는 식감에 익숙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미더덕의 생김새 때문에 더욱 꺼리는 편이다.
청국장
속까지 뜨끈하게 만드는 청국장은 우리나라의 대표 건강 음식 중 하나로 콩을 발효해 만든 만큼 강한 향이 있다. 사실 점심으로 청국장을 먹으면 옷에 냄새가 배어 주위 사람들까지 괴롭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청국장과 김 가루, 참기름만 있으면 밥 한 공기는 뚝딱 비울 수 있을 정도로 한국인에게 사랑받는 메뉴이다. 그러나 워낙 강한 향 때문인지 외국인들에게는 격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청국장의 레벨이 조금 높은 편이라면 된장찌개를 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공인혜 press@daily.co.kr
맞춤형 최저가 정보
저작권자 ⓒ 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소셜 계정 로그인으로 간편하게 댓글을 남겨보세요!
원본 이미지입니다.
두 손가락을 이용해 이미지를
확대 또는 축소하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