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부담 없고 맛있어서 여름에 줄 서서 먹는 음식
글 : 최덕수
세계 각지에서 면 요리는 공통적으로 발견이 되는데,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차갑게 즐길 수 있는 면 요리가 많다. 냉면으로 통칭되는 우리나라의 차가운 면 요리들은 지역마다 그 특색이 다르다. 냉면만 해도 함흥냉면과 평양냉면 등 지역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조리되고 천차만별의 맛을 제공하며, 밀가루로 냉면을 만드는 지역도 있다. 지금부터는 전국 각지의 차가운 면 요리를 모아서 살펴보고자 한다.
평양냉면
냉면 중 가장 저변이 넓은 것은 바로 ‘평양냉면’이다. 평안도 지역 냉면에서 유래한 방식으로, 2022년 11월 30일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는 요리다. 평양냉면은 간단하게 정의하면 동치미를 섞은 고깃국물로 맛을 낸 차가운 메밀국수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발전한 평양냉면은 전분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육수는 점포마다 천차만별이다. 소고기를 사용하는 곳도 있으며, 꿩고기 육수를 사용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함흥냉면
우리나라의 3대 냉면으로 꼽히는 것은 평양냉면과 진주냉면, 그리고 함흥냉면이다. 이름 그대로 함흥 지역의 냉면인데, 녹말 가루를 주재료로 한 질긴 국수에 생선회를 얹어서 만든 비빔국수가 바로 함흥냉면이다. 함흥 지역의 향토 음식으로, 회냉면이라고도 부른다. 현재는 고구마 전분을 넣어 가늘게 뺀 국수를 매운 양념장으로 무치고 양념한 냉면으로 발전했다. 함경도의 함흥냉면에 비해, 우리나라의 함흥냉면은 보다 매운맛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주냉면
진주냉면은 경상남도 진주시의 향토 음식이다. 고명으로 육전을 올리는 점이 여타 냉면과 가장 큰 차이점으로 꼽힌다. 본래 1960년대에 명맥이 끊겼던 음식이지만, 냉면 붐을 타고 2000년대 들어서 다시 창조된 요리다. 건어물과 소고기 육수를 베이스로 삼으며, 뜨겁게 달군 쇠공을 사용해서 잡내를 제거해 만든다. 오이 고명 등이 들어가지 않으며, 면은 녹두 녹말과 메밀을 섞어서 뽑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밀면
밀면은 부산 지역의 향토 음식이다. 부산을 포함해서 경남 지역에서 흔히 즐기는 요리다. 1950년대 미군의 밀가루 원조로 인해 밀가루가 남아돌면서, 밀가루에 전분을 넣어 만든 면을 활용해 냉면을 만들던 것이 지금의 밀면으로 이야기된다. 함경도 출신 실향민이 6.25 전쟁 당시 부산으로 피난을 와서, 밀가루를 활용해 함흥냉면을 만들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일반적인 냉면에 비해서 맵고 단 자극적인 맛이 특징으로 꼽힌다.
쫄면
쫄면은 냉면의 면발을 뽑다가 잘못해서 굵은 면발을 뽑게 된 것이 그 시작으로 전해진다. 1970년대 인천 중구 경동 광신제면에서 잘못 제조된 굵은 면발을 버리기 아까워 이웃 분식집에 공짜로 나눠줬는데, 이걸 고추장 양념에 비벼서 채소를 곁들여 만든 게 쫄면의 시초라는 것이다. 인천 남구청 면류 제조업 1호로 허가를 받았던 삼성식품 공업사의 연구개발 결과물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어느 쪽을 따르더라도 쫄면의 시발점은 인천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콩국수
여름철이 되면 만날 수 있는 별미로 콩국수를 빼놓을 수 없다. 콩을 물과 함께 갈아서 만든 국물에 면을 말아서 먹는 국수 요리가 바로 콩국수다. 콩을 갈아 내는 콩물 특유의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는 메뉴다. 콩국수의 면은 따로 정해지진 않아서, 점포에 따라서 칼국수 면을 쓰는 곳도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지 않는 음식이기에 채식주의자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요리다.
막국수
막국수는 강원도를 비롯해 경기도 동부 지역에서 주로 소비하던 향토 요리다. 삶은 메밀국수에 양념장, 잘게 썬 김치, 채 썬 오이, 삶은 달걀 등을 얹고, 동치미 국물을 넣어서 비벼 먹는 음식이다. 춘천이 특히 막국수로 유명하다. 메밀국수의 다른 이름으로도 볼 수 있는데, 막국수라 불리기 시작한 것은 ‘주문이 들어오면 지금 바로 막 만드는 국수’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는 설이 있다. 냉면에 비해 비교적 빠르게 만들 수 있기에 막국수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것이다.
비빔면
비빔면은 인스턴트 비빔국수의 종류다. 사실 쫄면이나 밀면을 인스턴트 라면으로 구현한 것이 바로 비빔면인데, 이제는 즐기는 이들이 많기에 하나의 음식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는 상황이다. 가장 유명한 것은 팔도 비빔면이며, 여타 라면 제조사들도 저마다의 노하우를 담은 비빔면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매우면서도 새콤달콤한 비빔장이 특징이며, 최근에는 따뜻하게 조리해서 먹는 이들도 많다.
초계국수
초계국수는 북한 평안도, 함경도 지역에서 유래한 차게 먹는 닭 요리 ‘초계탕’을 활용한 것이다. 식초와 닭을 넣어서 조리한 탕이 초계탕인데, 여기에 국수를 말아서 먹는 걸 초계국수라 부른다. 맛은 닭육수로 만든 냉면이라 할 수 있다. 시원하게 먹는 요리이기에 보통 여름에 주로 소비하며, 냉동 닭가슴살을 활용해서 가정에서도 쉽고 간편하게 만들 수 있다. 최근에는 밀키트 제품도 많이 출시되고 있다.
김치말이국수
김치를 활용한 차가운 면 요리인 ‘김치말이국수’는 전국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요리다. 냉면 육수에 김칫국물을 섞어서 만든 국물에 면을 말아서 먹는 요리로, 고명으로 김치가 주로 쓰인다. 시원하면서도 새콤한 맛을 즐기는 요리이기에 주로 익은 김치를 활용한다. 면은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소면이 주로 쓰인다. 시판 냉면 육수에 김칫국물을 섞어서 간만 맞추면 간단하게 국물을 만들 수 있기에, 가정에서 조리하기도 쉬운 편이다.
최덕수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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