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반의 침묵 깨고 돌아온 '재료의 연금술사', 스시 단심 강지문 셰프의 화려한 귀환
글 : 데일리편집부

초심(初心) 위에 단심(丹心)을 더해 돌아온 완성된 장인
서울 강남의 스시 격전지, 미식가들 사이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과거 도곡동 매봉역 시절, 타협 없는 재료 퀄리티로 명성을 떨쳤으나 다소 무뚝뚝한 접객으로 '차가운 장인'이라 불렸던 강지문 셰프. 그가 2년 반이라는 긴 일본 유학 생활을 마치고 '스시 단심(丹心)'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예약 걸고 사 왔다는 무선 충전기
가장 놀라운 것은 음식보다 먼저 느껴지는 공기의 변화다. "재료 설명 외에는 입을 닫았던" 과거의 그는 없다. 카운터 너머로 건네는 따뜻한 안부와 농담, 손님의 식사 속도를 세심하게 살피는 눈길에서 우리는 그가 일본에서 배워온 것이 단지 스시 기술만이 아님을 직감한다. 맛있는 스시를 넘어, 편안한 시간을 선물하는 진정한 '오마카세(맡김 차림)'의 정신을 장착하고 돌아온 것이다.
일본에서 직접 공수 해 온 식재료들
재료에 대한 집착, 그리고 섬세해진 손길
자리에 앉자마자 느껴지는 것은 편안함이다. 셰프의 접객은 유연해졌지만, 재료에 대한 고집은 오히려 독해졌다. 동원산업 임원 출신의 지인을 통해 공수한다는 유니크한 식재료들은 강 셰프의 강력한 무기다. 런치 코스임에도 불구하고 최고급 식재료인 금태와 우니(성게소)를 아낌없이 내어주는 그의 모습에서 "고객 만족에 집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곡동 시절보다 줄어든 샤리(밥)의 양은 식사 내내 부담 없이 다양한 네타(재료)의 향연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츠마미(안주)부터 니기리(초밥), 그리고 디저트까지 이어지는 강지문 셰프의 미식 교향곡을 사진과 함께 따라가 보자.
단, 재료의 설명은 최대한 기억을 살려 적어보았으나 틀린 게 있다면 추후 수정해보겠다.
1장. 입맛을 깨우는 서곡 (Tsumami)

자완무시 (계란찜)
코스의 시작을 알리는 일본식 계란찜. 부드러운 커스터드 같은 질감 속에 모즈쿠(큰실말)로 보이는 해초가 들어가 식감의 재미를 더했다.
새우도 들어있어 허전함을 채워준다. 본격적인 미식 전 따뜻하고 부드럽게 위장을 감싸준다.

전호나물(?)과 새우 그리고 조개살
본격적인 식사 전, 입안을 정돈해 주는 요리. 데친 나물의 단맛과 바삭하게 볶아낸 건새우의 고소함이 어우러진다. 꼬들꼬들 조개살은 킥이다. 심플해 보이지만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철학이 엿보인다.

훈연한 삼치
훈연향이 은은하게 베어있는 삼치. 다양한 식재료들이 어우러져 생선의 기름진 맛을 깔끔하게 잡아주며, 소스의 산미가 침샘을 자극한다. 정성스럽고 감동적인 요리 하나를 대접 받은 느낌.

문어 조림 (타코 야와라카니)
'이게 문어가 맞나?' 싶을 정도로 탱탱한 식감에 간간하게 조려냈다. 달짝지근한 팥 소스와 높은 궁합을 자랑한다. 겨자를 살짝 올리면 맛의 밸런스가 완벽해진다.
겨자는 꽤 매운편으로 조절 필수.

광어와 우니, 그리고 엔가와
숙성된 광어회로 성게소(우니)를 감싸 안았다. 광어의 담백함이 우니의 녹진함을 부드럽게 받쳐준다. 옆에 곁들여진 광어 지느러미(엔가와)는 꼬들꼬들한 식감과 고소한 기름기로 씹는 재미를 더한다. 한 접시에서 다양한 식감과 맛의 조화를 느낄 수 있다.
2장. 손끝에서 피어나는 바다 (Nigiri)

오징어 (이카)
소금을 살짝 뿌려낸 오징어. 좋은 오징어는 질깃함을 없을 뿐만 아니라, 씹을수록 오징어 특유의 달달하고 녹진한 맛을 뿜어내게 한다. 입안에 착 감기는 쫀득함과 뒤따라오는 단맛의 조화가 일품이다.

도미
숙성이 잘 되어 감칠맛이 올라와 있으며, 줄어든 샤리 양 덕분에 생선의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줄무늬전갱이 (시마아지)
등 푸른 생선과 흰 살 생선의 장점만 모아놓은 듯한 시마아지. 특유의 서걱거리는 식감 뒤에 올라오는 고소한 지방의 맛이 일품이다.

미식가의 별미, 덕자 (병어)
스시야에서 흔히 보기 힘든 귀한 손님이 등장했다. 일정 크기 이상의 큰 병어를 일컫는 '덕자'. 이름 그대로 덕이 있는 맛이다. 입에 넣는 순간 마치 버터처럼 스르르 녹아내리는 극강의 부드러움이 압권이다. 씹을수록 올라오는 덕자 특유의 담백하면서도 진한 지방의 풍미는, 왜 강지문 셰프가 이 재료를 자신 있게 내놓았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일반적인 광어나 도미와는 차원이 다른, 식재료의 승리라 할 만한 한 점.

참치 중뱃살(아이슬란드산)
칼집을 넣어 더욱 부드럽고 기름진 식감을 강조했다. 1년 중 한 달만 잡히는 귀한 재료라고 들은 것 같다. 씹을 새도 없이 지방의 단맛이 폭발하며 참치의 참맛을 보여준다.

참치 등뱃살
간장이 아닌 고운 소금을 살짝 올려 냈다. 소금의 짠맛이 참치 지방의 단맛을 극적으로 끌어올리는 '단짠'의 정수를 보여준다.
3장. 절정, 그리고 달콤한 여운 (Climax & Dessert)

금태 구이 (노도구로)
런치에서 보기 힘든 고가의 재료. 껍질만 살짝 불질하여 지방을 녹여냈고, 이를 바삭한 김에 싸서 손에 쥐어준다. 따뜻한 온도감과 흐르는 기름기는 그야말로 '자본의 맛'.

금태&성게소 (우니)
위태로울 정도로 가득 쌓아 올린 우니. 김 없이 금태와 샤리 위에 올려 우니 본연의 녹진함과 시원한 향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안에 굵은 소금이 씹히는 데 색다른 경험을 준다.

단새우 (아마에비)
씨알 굵은 단새우를 입안 가득 차는 볼륨감을 만들었다. 특제 소금이 더해져 단맛이 한층 고급스럽다.

고등어 (사바)
비린내 하나 없이 깔끔하게 초절임되었다. 잘 갈아준 고추냉이를 올려 먹으면 푸른 생선의 기름기를 더 깔끔하게 잡아준다.

붕장어 (아나고)
잔가시 하나 없이 포슬포슬하게 쪄낸 뒤 소스를 발라 주었다. 입에 넣자마자 눈 녹듯 사라지는 부드러움은 식사의 마무리를 알린다.
부드럽지만 약간의 퍼석함은 조금 아쉬운 부분.

교쿠 (계란구이)
계란으로 만들어낸 듯한 교쿠. 카스테라보다는 푸딩이나 양갱에 가까운 찰지고 부드러운 질감이 인상적이다. 달콤하고 진한 풍미가 입안을 정리해 준다.

더덕 샤베트
기름진 생선들의 향연 끝에 만나는 순백의 샤베트. 애플 민트 잎 포인트가 싱그럽다. 깔끔하고 건강한 단맛으로 긴 코스의 방점을 찍는다.
데일리의 꿀팁 (Tip Box)
예약: 곧 '캐치테이블' 앱을 통해 예약이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셰프님의 귀환 소식에 예약이 빠르게 찰 수 있으니 서두를 것.
좌석: 셰프님과의 소통을 원한다면 매장 진입 후 오른쪽 자리를 노려보자. 달라진 접객의 매력을 100% 느낄 수 있다.
주차: 발렛 파킹이 가능하나 강남 지역 특성상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한다. 발렛 4천원.
마무리
스시 단심(丹心). 그 이름처럼 강지문 셰프는 '붉은 마음', 즉 일편단심의 정성으로 다시 돌아왔다. 기존처럼 본인만의 이름을 부각하지 않고 단심 브랜드를 선택하신 이유를 여쭤보니 일본에서 가문화 되어있는 스시야처럼 후계자를 양성하고 그 후계자들과 서로 힘이 될 수 있는 시스템을 지향한다고 하셨다. 과거의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배우고 변화하려는 그의 태도는, 접시 위에 올려진 스시 한 점 한 점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최고의 재료와 섬세한 기술, 그리고 따뜻한 환대까지. 지금 서울에서 재료의 스토리에 재미를 느끼고 마음이 동하는 스시야를 찾는다면, 정답은 바로 이곳이다.
데일리편집부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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