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의 연금술사'가 차린 무대 위, 유쾌한 스토리텔러를 만나다 : 스시 강지문 단심(丹心) 정으뜸 셰프 코스
글 : 데일리편집부

서울 강남 미식가들 사이에서 '재료의 연금술사'라 불리는 강지문 셰프가 2년 반의 침묵을 깨고 돌아왔다는 소식은 이미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 도곡동 시절, 타협 없는 재료 퀄리티로 명성을 떨쳤던 그가 '단심(丹心)'이라는 이름으로 복귀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곳을 찾을 이유는 충분했죠.
하지만 이번 재방문은 조금 더 특별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강지문 셰프가 깔아놓은 완벽한 판 위에서, 재치 넘치는 입담으로 무대를 장악하는 정으뜸 셰프님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재료의 연금술"에 "유쾌한 이야기"가 더해진 이날의 코스는 마치 잘 짜인 한 편의 영화 같았습니다.
Scene 1. 미각을 깨우는 전채 (Tsumami)
정갈한 세팅과 함께 정으뜸 셰프의 활기찬 오프닝으로 코스가 시작되었습니다.

* 차완무시 (계란찜)
가쓰오부시 국물로 맛을 낸 계란찜이 첫 순서였습니다. 뚜껑을 열자마자 피어오르는 훈연 향과 따뜻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빈속을 편안하게 달래주었습니다. 숨어있는 새우는 슴슴한 재미를 줍니다.

* 포항초와 건어물
제철을 맞아 단맛이 꽉 찬 포항 시금치(포항초)에 바삭한 건멸치와 건새우를 곁들였습니다. 시금치의 은은한 단맛과 건어물의 짭조름한 감칠맛이 입맛을 확 돋우더군요.

* 복어 젤리
복어 껍질과 살을 젤리 형태로 굳힌 요리(니코고리)입니다. 탱글탱글한 젤리가 입안에서 녹으면서 매콤하고 짭짤한 맛이 퍼지는데, 술 한 잔이 절로 생각나는 맛이었습니다.

* 생참치 중뱃살 (Ju-toro)
사시미의 첫 점은 생참치였습니다. 입안에 넣자마자 참치 특유의 진한 향이 퍼지며 부드럽게 녹아내렸습니다.

* 강담돔 (Spotted Knifejaw)
이날의 주연급 배우였습니다. 런치에는 잘 나오지 않는다는 귀한 어종인 강담돔이 등장했습니다. 돌돔보다 기름기가 더 좋다는 설명대로, 씹을수록 배어 나오는 고소한 지방 맛과 쫄깃하고 탱탱한 식감이 압권이었습니다.

* 거제도 전복
진한 게우 소스(전복 내장)를 곁들인 전복입니다. 소스의 짭짤함과 전복 자체의 고소함이 어우러졌고, 부드러우면서도 적당한 탄력이 살아있어 씹는 맛이 좋았습니다.

* 볏짚 훈연 삼치
볏짚으로 훈연해 스모키한 향을 입힌 삼치입니다. 위에 올린 파 향이 기름기를 잡아주었고, 삼치 특유의 부드러움 속에 '서걱'거리는 독특한 식감이 살아있어 인상적이었습니다.
Intermission. 전환점 (Cleanser)

* 3년 숙성 흑초
본격적인 스시로 넘어가기 전, 정읍의 누룩 장인이 만든 3년 숙성 흑초가 나왔습니다. "달고 시고"의 밸런스가 완벽해 입안에 남은 생선의 기름기를 말끔하게 씻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Scene 2. 손끝의 예술, 스시 (Nigiri)
정으뜸 셰프의 스시는 샤리(밥) 양이 넉넉한 편이라 입안 가득 차는 풍성함이 매력적이었습니다.

* 오징어 (Ika)
첫 점은 하얀 오징어였습니다. 정교한 칼집 덕분에 질긴 느낌 없이 입안에서 스르륵 풀어지는 부드러운 식감이 놀라웠습니다. 소금을 올려 오징어 본연의 단맛을 극대화했습니다.

* 흑점줄전갱이 (Shima Aji)
씹을수록 고소한 풍미가 올라오는 흑점줄전갱이입니다. 서걱거리는 식감 뒤에 따라오는 지방의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 전갱이 (Aji)
일본의 국민 생선 전갱이입니다. 신선도가 좋아 비린 맛은 전혀 없고, 코를 스치는 특유의 향과 고소함만이 입안을 맴돌았습니다.

* 덕자 (병어)
유자 제스트를 곁들인 덕자(병어)입니다. 부드러운 살결과 함께 유자의 달콤새콤한 향이 어우러져 산뜻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 숙성 참치 중뱃살 (Chutoro)
2주간 숙성한 참치입니다. 숙성을 통해 산미는 부드러워지고 지방의 풍미는 농축되어, 입안 가득 진한 기름진 맛을 선사했습니다.

* 참치 속살 절임 (Akami Zuke)
척추뼈를 감싸고 있던 속살을 간장에 절였습니다. 젤리처럼 쫀득하면서도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 그리고 짜지 않게 배어든 간장의 감칠맛이 훌륭했습니다.

* 청어 (Nishin)
다진 파를 듬뿍 올린 청어입니다. 비리지 않고 꼬들꼬들한 식감이 살아있어 씹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 카마스 (꼬치고기)
제주도산 꼬치고기를 불질(아부리)해서 냈습니다. 불향 입은 껍질의 질깃한 식감과 부드러운 속살이 만나 마치 불에 구운 장어를 먹는 듯한 풍미를 줬습니다.
* 우니 (Uni)
셰프님이 손으로 직접 건네주신 우니 군함입니다. 쓴맛 없이 달달하고 크리미한 성게소가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렸습니다.
* 단새우 (Amaebi)
이름 그대로 단맛이 꽉 찬 단새우입니다. 특유의 녹진하고 끈적한 질감이 혀에 감기며 터져 나오는 크리미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 통영 고등어 (Saba)
입안이 꽉 찰 정도로 두툼한 고등어 봉초밥입니다. 생강을 적절히 써서 느끼함을 잡았고, 비린 맛 없이 고소함과 짭짤함의 조화가 좋았습니다.

* 바다장어 (Anago)
스시의 마지막을 알리는 장어입니다. 가시가 전혀 씹히지 않게 부드럽게 쪄냈고, 산초가루를 뿌려 깔끔하게 마무리했습니다.

* 히모큐
피조개 날개살의 꼬들꼬들함과 오이의 아삭함이 만난 마끼로 입안을 개운하게 정리했습니다.

* 후토마끼
각종 재료가 터질 듯 들어간 후토마끼는 셰프님의 넉넉한 인심을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한 입에 넣으면 복합적인 맛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Curtain Call. 달콤한 여운 (Dessert)

* 교쿠 (계란구이)
부드럽고 달달한 카스테라 같은 교쿠로 식사를 정리합니다.

* 말차 & 더덕 샤베트
쌉싸름한 말차와 향긋한 더덕 샤베트가 건강한 디저트가 되어주었습니다.

중간에 나오는 장국이 짠 맛이 강하고 특별함은 없다.
💡 데일리의 관람 가이드 (Tip Box)
* 캐스팅 보드 확인 (지명 예약): 유쾌하고 활기찬 분위기를 원한다면 예약 시 '정으뜸 셰프' 지명을 추천합니다. 오마카세 업계 최고의 입담을 자랑하십니다.
* 비하인드 스토리: 식사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셰프님께 "연평도 교전 이야기"를 청해 보세요. 실제 겪어보지 않고는 말할 수 없는 현장감 넘치는 썰을 들을 수 있습니다. 단, 너무 재미있어서 동행인과의 대화가 끊길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 볼륨 조절: 정 셰프님은 기본적으로 밥(샤리) 양을 넉넉하게 쥐어주십니다. 양이 많으신 분들은 스시 코스 시작하고 한 두개를 드셔 보신 후 "밥 양을 줄여달라"고 요청하시면 되고 부족하신 분들은 "밥 양을 늘려달라"고 하셔도 됩니다.
데일리편집부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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