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안주로 딱 좋은 뜨끈한 국물 요리
글 : 이윤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술, 소주. 1년에만 36억 병 이상 팔리고, 1인당 연간 평균 87병을 마신다는 발표가 있을 만큼 소주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일에 치여 피곤한 퇴근길, 뜨끈한 국물요리와 곁들인 소주 한잔은 지친 하루의 위로가 되기도 한다. 가족, 친구, 연인처럼 같이 있으면 편한 사람들과 시원한 국물 한 숟갈씩 떠 마시며 즐기는 가벼운 술자리는 인생을 더욱 풍요롭고 행복하게 해주기도 한다. 좋은 사람들과 소주잔 부딪치며 뜨끈한 국물요리 한 국자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건 어떨까? 집에서도 쉽게 해먹을 수 있고, 소주와 안성맞춤인 국물요리를 선정해봤다.
어묵탕
소주 안주의 대표주자 어묵탕. 친구들이랑 술집에서 튀김 종류, 볶음 종류 안주를 시키고, 마지막으로 국물 종류를 선택할 때 가장 많이 사랑받는 국물 요리는 단연 어묵탕이다. 맵지 않으면서 칼칼하고 시원하게 먹을 수 있어, 매운 음식을 못 먹는 사람에게도 안성맞춤이다. 특히 꼬치에 꽂힌 어묵을 한 개씩 빼먹는 재미와 물컹물컹한 곤약을 씹는 재미가 별미이다. 그 와중에 뜨끈한 어묵 국물 한 사발이 목을 타고 넘어가는 순간, ‘캬~ 시원하다!’라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만들기도 쉬워 집에서도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다.
1. 다시마와 멸치, 무를 넣고 약 20분간 끓인다.
2. 그동안 어묵을 길쭉한 꼬치에 꽂아 준비한다.
3. 육수가 끓으면 다시마, 멸치를 건져낸 다음, 참치액 1숟갈 정도를 넣는다.
4. 어묵과 청양고추, 대파를 넣어주고, 보글보글 끓이면 칼칼한 어묵탕이 완성된다.
사람마다 국간장이나 다진 마늘을 넣기도 하는데, 전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집에 놀러 온 친구들에게 술안주로 무얼 내놓을지 고민한다면 지체 없이 어묵탕을 꼽고 싶다. 시원한 어묵 국물에 소주 한잔 마시면 그 순간만큼은 세상 다 가진 듯 행복할 것이다.
조개탕
소주와 잘 어울리는 국물 요리에 조개탕이 빠지면 섭섭하다. 톡 하고 벌어진 조개를 손으로 잡고, 이로 살을 정신없이 잡아 뜯다 보면 어느새 한쪽에 수북이 쌓인 조개껍질을 볼 수 있다. 그 국물은 또 어떠한가. ‘국물이 색이 탁한 게, 맛이 있을까?’ 의심하여 한 숟갈 입에 넣는 순간, 온몸의 피로가 풀리는 듯 시원하다. 몸을 뜨끈하게 데워주는 소주와 조개탕이 만나면 추운 날 열이 펄펄 끓는 천하무적이 된다.
사진: tvN <수미네 반찬>
최근 tvN <수미네 반찬가게>에도 등장했던 조개탕은 그 조리법이 매우 간단하다. 조개를 해감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10~1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1. 우선 조개가 완전히 담길 만큼 물을 채우고, 굵은소금 한 숟갈을 넣는다. 어두운 곳에서 최소 1~2시간 정도 해감해야 하기 때문에 넉넉하게 전날 밤 해감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때 조개가 이물질을 더 잘 내뱉도록 쇠 수저나 동전을 넣어두면 좋다.
2. 냄비에 해감이 된 조개를 넣고 물을 붓는다.
3. 물이 끓으면 다시마를 넣고, 다진 마늘 1숟갈, 소금 한 꼬집 정도 넣어 간을 해준다.
4. 그 뒤 취향에 맞게 청양고추, 홍고추, 대파 등을 넣고 끓이면 완성!
조개가 떡하니 입을 벌리고 있다면 당장 먹어도 좋다. 쌀쌀한 밤, 소주 한 병과 조개탕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을 듯하다.
알탕
어렸을 때, 알탕의 동태 알을 보고 조금 징그럽다는 생각을 다들 한 번쯤은 했을 것이다. 조그마한 알들이 덩어리져 국물 위를 동동 떠다니는 비주얼이 마냥 좋지만은 않은데, 그 맛을 알면 생김새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알을 입안에서 톡! 하고 터뜨리면 고소한 풍미가 가득 퍼지면서 뜨거운 입김을 후후 불게 된다. 그 즉시 알탕 국물을 들이켜면 점입가경. 절로 소주가 고파진다.
사진: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알탕 만드는 법도 그리 어렵지 않다.
1. 집에 있는 명란젓으로도 만들 수 있다. 특히 명란젓은 이미 양념이 되어 있어, 간을 별로 안 해도 되기에 더욱더 간편하다.
2. 육수는 무, 다시마, 멸치를 넣어 만든다.
3. 육수가 끓기 시작한 지 10분 정도 지났을 때, 다시마와 멸치는 건져내고 명란젓을 넣는다.
4. 그 뒤 마늘과 소금, 고춧가루를 넣으면서 간을 보고, 미나리 향내를 가득 느낄 수 있도록 미나리와 대파를 듬뿍 넣는다.
그럼 펄펄 끓는 얼큰한 알탕 완성! 얼큰한 알탕과 알싸한 목 넘김을 선사하는 소주가 만나는 순간 행복에 몸서리치게 될 것이다.
부대찌개
부대찌개는 아픈 음식의 유래가 숨어있다. 1960년대 먹을 것이 없었던 사람들은 미군 부대에서 미군들이 먹고 남긴 햄과 소시지, 베이컨 등을 재료로 하여 찌개를 만들어 먹었다고 알려졌다. 이것이 바로 부대찌개다. 누가 이름을 지었는지, 부대찌개라는 단어는 이런 가슴 아픈 음식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미군 부대가 많았던 의정부는 자연스레 부대찌개가 유명해졌고, 부대찌개는 의정부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서민들의 음식, 부대찌개는 서민들의 술, 소주와 그 조합이 말할 것도 없이 환상적이다.
사진: JTBC <같이 걸을까>
못 살던 시대에 탄생한 부대찌개답게 조리법도 단출하다.
1. 부대찌개 양념은 고추장 2숟갈, 고춧가루 2숟갈, 설탕 1숟갈, 간장 1숟갈, 다진 마늘 1숟갈, 소금, 후추를 약간 넣고 한데 섞어 만든다.
2. 햄은 납작하게, 소시지는 어슷하게 썬다.
3. 김치는 먹기 좋은 한입으로 크게 잘라주고, 양파는 굵게 썬다.
4. 멸치와 다시마로 낸 육수에 이 모든 재료를 보기 좋게 올려놓고 기호에 맞게 라면, 떡과 함께 끓이기만 하면 끝!
칼칼하고 얼큰한 국물에 꼬들꼬들한 라면 면발은 소주를 부르는 최상의 맛이다.
나가사키 짬뽕
선술집에서 딱 한 가지 안주만 시켜야 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시키는 메뉴가 나가사키 짬뽕이다. 홍합, 오징어, 새우 등 맛이 좋다고 소문난 해산물들이 들어가 있고, 꼬들꼬들한 짬뽕 면은 ‘면 추가’를 외치는 중독적인 맛이다. 따끈한 국물 사이에 올라가 있는 아삭아삭 씹히는 숙주는 덤이다. 부담스럽지 않은 진한 풍미의 나가사키 짬뽕은 소주 안주로 딱이다. 이런 나가사키 짬뽕도 그리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면 일주일 한번 소주와 들이킬 텐데. 그런데 정말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다.
사진: JTBC <비정상회담>
나가사키 짬뽕은 뭔가 육수 내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 요즘의 기술을 얕보지 마시라. 시중에서 나가사키 짬뽕 소스를 쉽게 구매할 수 있다.
1. 새우, 오징어, 홍합, 바지락 등 각종 해산물과 양파, 알배기 배추 각종 채소 등을 넣고 태우듯 볶는다.
2. 나가사키 짬뽕 소스를 첨가한 국물에 넣는다.
3. 한소끔 끓으면 청경채, 숙주를 넣는다.
4. 면은 미리 삶았다가 넣으면 나가사키 짬뽕 완성!
집에서도 얼마든지 해먹을 수 있는 나가사키 짬뽕. 소주가 끌릴 수밖에 없는 맛이다.
이윤서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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