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이 초록색으로 변했다면… 먹어도 되는 걸까?
글 : 최덕수
마늘은 실로 다양한 요리에 쓰이는 식재료다. 특유의 매운 향과 담백한 단맛을 활용한 요리가 많은데, 특히 한식에는 들어가지 않는 요리를 찾기 힘들 정도다. 서양에서도 구워서 먹거나 미량을 요리할 때 조미료로 활용하고 있다. 심지어는 마늘의 줄기를 활용해서 먹는 레시피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지금부터는 끝부분이 초록빛으로 변하는 소위 ‘녹변현상’이 일어난 마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녹변은 부패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식재료가 초록빛으로 변하게 되는 경우는 부패로 인한 변질이다. 그렇기에 마늘이 녹색으로 변한 것을 보고 많은 이들은 이것이 상한 것이라 오해한다. 하지만 마늘의 초록빛은 부패의 증거가 아니다. 마늘의 일부가 초록빛을 띠는 것은 조직이 산소, 효소와 만나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녹색으로 변한 마늘은 인체에 유해하지 않기에, 그대로 먹거나 요리에 써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마늘을 저온 저장 후 다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효소활성 증가는 녹변현상의 주된 요인이다. 마늘은 4도씨 안팎의 저온에서 오래 보관할 경우 싹을 틔울 준비를 시작하는데, 이 과정에서 마늘 속 효소가 활성화되게 된다. 보통 이 효소는 천천히 작용하지만, 다지거나 찧는 순간에는 조직이 손상되고 효소 반응이 급격히 증가해 엽록소 색소 반응이 선명하게 드러나게 된다. 마치 깎아둔 과일의 갈변현상과도 비슷하다.
황화합물과 철 성분의 만남

마늘 속 황화합물인 알리신과 철 성분의 만남도 녹변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마늘에는 미량의 철이 존재하며, 믹서기 등 조리 도구의 철 성분이 더해지면 황화철이 생성되게 된다. 그리고 이 물질은 보통 녹색을 띤다. 환원당, 유기산과 아미노산 반응 같은 것들도 녹변현상의 주된 요인이다. 보통 저장 기간이 길고 온도가 낮을수록 이 반응은 강화되게 된다. 정리하자면 오래 보관한 마늘을 다지기 시작할 때, 녹변현상은 빠르게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인체에 무해한 녹변

한때는 녹변현상을 일으킨 마늘은 먹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퍼지기도 했다. 당시에는 말레익하이드라자이드라는, 농업에서 식물 생장 조절제 및 발아 억제제로 널리 사용되는 합성 화합물로 인해 녹변현상이 일어난다고 잘못 알려져 소비자들을 혼란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농약으로 인해 생기는 변색이 아니라는 점이 농진청을 포함한 연구기관을 통해 확인된 것이다.


초록색으로 변한 마늘도 무해하다고는 하지만, 시각적으로 이를 선호하지 않는 이들도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가능하면 마늘은 녹변현상을 일으키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좋다. 마늘을 다져 두었을 때 초록빛으로 변하는 것을 방지하려면 몇 가지 보관 요령을 따르면 된다. 통마늘의 경우에는 통풍이 잘 되는 자루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단기간 보관 시에는 냉장고에 넣지 말고 상온의 건조한 환경에 두는 것을 추천한다.
장기보관하는 마늘은

마늘을 보다 긴 시간 보관하고자 한다면 껍질을 깐 후에 다져서, 공기를 최대한 제거한 뒤 냉동 보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를 통해 산소 노출을 줄일 수 있으며, 효소 활동을 억제할 수 있다. 보관 시에 상온에 두는 것도 방법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낮은 온도에서 한 달 보관한 마늘보다는 상온에서 보관한 마늘이 색 변화가 훨씬 적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따뜻한 곳에서 하루 정도 둔 뒤에 다져서 보관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초록색 마늘 품종

녹변현상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 원래 색이 초록색인 마늘도 있다. 애초에 끝부분이 초록색을 띠는 품종인데, 대표적으로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홍산 품종을 들 수 있다. 홍산 마늘은 다른 품종보다 엽록소 함량이 훨씬 높아서 자연스럽게 초록색을 띤다. 초록색의 선명도는 재배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씨마늘을 심는 깊이에 따라 색 발현 단계가 달라지며, 수확 후 햇볕 건조 기간도 영향을 미친다. 홍산은 일반 마늘 대비 알린 성분이 높아 향과 매운맛이 강하고, 단맛도 더 많이 난다.
통마늘을 보관하는 방법

마늘의 보관 기간은 환경과 형태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통마늘의 경우에는 환기가 잘 되는 어두운 곳에 두는 게 제일 좋지만, 기온과 습도가 높은 계절에는 냉장고가 더 나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 통마늘을 냉장 보관할 경우에는 키친타월에 싸서 비닐봉지에 넣어 두는 것이 가장 좋다. 서늘하고 환기가 잘 되는 어두운 곳에 통마늘을 보관할 경우에는 약 1개월 정도 보관이 가능하며, 냉장 보관 시에는 그 기간이 최장 2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


깐마늘의 경우에는 보관하는 기간을 더 짧게 상정하는 것이 좋다. 깐마늘은 일반적으로 2주 내외의 기간 동안 보관이 가능하다. 다만 적절한 보관법을 적용할 경우에는 이를 최장 1년까지 연장시킬 수 있다. 다진 마늘은 냉장에서는 약 1주에서 길면 1개월 정도까지 보관되며, 냉동 보관 시에는 1개월 정도가 적절하다. 냉동 보관 시에는 소분해 랩과 지퍼백에 밀봉하는 게 좋고, 사용할 때는 해동하지 않고 바로 요리에 넣는 게 좋다.
녹변 가능성이 높은 마늘은

유독 녹변이 잘 일어나는 마늘이 있을 수 있다. 보통은 수확 후에 제대로 숙성되지 않은 마늘이 녹변현상이 더 잘 일어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선한 햇마늘, 수확 직후 바로 손질한 마늘은 효소가 아직 활발하게 살아있기에 산성 반응이나 자극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일정 기간 숙성된 마늘은 내부 효소 활성도가 다소 낮아지기에, 같은 조건에서도 색이 덜 변하는 특징을 보인다.
최덕수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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