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도 달걀도 더 비싼 걸 산다, 요즘 확 달라진 장보기 기준
글 : 박희정
마트에서 과일을 고르다 보면 비슷하게 생긴 과일인데도 가격표가 유독 눈에 띄는 제품들이 있습니다. 일반 포도보다 훨씬 비싼 신품종 포도, 한 팩에 몇천 원씩 하는 미니 채소, 일반 달걀보다 가격이 높은 특란과 방사 사육 달걀까지 종류도 다양합니다. 물가 부담이 커졌는데도 소비자들은 모든 식재료에서 무조건 저렴한 제품만 찾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매일 먹는 음식일수록 ‘조금 비싸더라도 더 맛있고 좋은 것’을 선택하는 소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과거 샤인머스캣이 대표적인 프리미엄 과일로 자리 잡았다면 이제는 그 자리를 노리는 새로운 품종과 고당도 과일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채소와 달걀 역시 단순히 ‘먹는 식재료’를 넘어 맛과 품질, 생산 방식, 희소성까지 따지는 분위기입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비싼 식재료에 지갑을 열고 있을까요.
샤인머스캣 다음은 누구? ‘신품종 과일’ 전쟁

한때 과일계의 대표적인 프리미엄 상품으로 꼽혔던 샤인머스캣의 뒤를 이어 새로운 품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단순히 당도가 높은 것을 넘어 색깔과 향, 식감, 크기까지 차별화한 품종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레드클라렛, 글로리스타, 캔디클라렛 등 새로운 포도 품종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레드클라렛은 알이 굵고 당도가 높은 적색 포도로 소개되고 있으며 글로리스타처럼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품종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제 소비자에게 과일은 ‘포도냐 사과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품종의 포도냐’까지 따지는 상품이 되고 있습니다.


프리미엄 과일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역시 ‘맛’입니다. 같은 과일이라도 당도가 높고 식감이 좋다는 설명이 붙으면 가격이 크게 올라갑니다. 특히 고당도 과일은 실패할 확률이 낮다는 점도 소비자의 구매를 자극합니다. 비싼 과일을 사더라도 맛이 확실하다면 ‘한 번 먹어볼 만하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과일을 살 때 가격과 양을 먼저 봤다면 이제는 당도, 품종, 산지, 식감 등을 함께 비교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습니다.
과일도 ‘희소성’이 가격을 만든다

요즘 프리미엄 식재료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맛만이 아닙니다. 쉽게 구할 수 없는 품종이라는 사실 자체가 구매 욕구를 자극합니다. 대형마트에 흔하게 깔린 과일보다 특정 시기에만 판매되거나 생산량이 적은 품종에 소비자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특히 SNS를 통해 새로운 식재료가 빠르게 알려지면서 ‘남들이 먹기 전에 먹어보고 싶은’ 심리도 작용합니다. 과거에도 신품종 고급 과일의 인기가 SNS와 새로운 식품 경험의 확산과 연결된다는 분석이 있었습니다.
이제 채소도 ‘예쁘고 특별해야’ 한다

프리미엄 경쟁은 과일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채소 역시 색깔과 모양, 품종을 차별화한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토마토 대신 색깔이 다른 토마토를 고르고, 평범한 상추 대신 특정 품종의 샐러드 채소를 찾는 식입니다. 특히 샐러드와 홈카페, 홈파티 문화가 확산하면서 채소도 단순한 반찬 재료가 아니라 음식의 비주얼을 결정하는 식재료가 되고 있습니다.


방울토마토처럼 이미 익숙한 미니 채소부터 미니 파프리카, 미니 오이 등 작고 먹기 편한 채소들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습니다. 가격만 보면 일반 채소보다 비싼 경우가 있지만 한 번에 먹기 편하고 손질이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1~2인 가구에서는 ‘많이 사서 남기는 것’보다 조금 비싸더라도 필요한 만큼 먹을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할 가능성이 큽니다.
달걀도 이제 ‘그냥 달걀’이 아니다

냉장고 속 가장 흔한 식재료 중 하나인 달걀도 프리미엄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일반 달걀보다 가격이 높은 제품들을 살펴보면 사육 환경이나 생산 방식, 크기, 브랜드 등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달걀이 다 거기서 거기 아니야?”라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구매할 때는 조금 더 좋은 제품을 고르는 경우가 생깁니다. 2026년 1분기 조사에서도 계란을 포함한 국내산 축산물의 가격 부담이 구매 감소 요인으로 나타났지만 품질과 맛 역시 소비자가 중요하게 보는 요소로 확인됐습니다.
‘동물복지’ 붙으면 달걀 가격이 달라진다

프리미엄 달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사육 환경입니다. 동물복지, 방사 사육, 자유로운 활동 공간 등을 강조하면서 일반 제품과 차별화합니다. 소비자는 단순히 달걀의 크기만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생산됐는가’까지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더 비싸더라도 생산 과정에 대한 가치까지 함께 구매하는 셈입니다.
유기농이라고 다 같은 유기농이 아니다

채소와 과일에서도 ‘유기농’, ‘친환경’, ‘무농약’ 등의 표시가 소비자의 선택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아이가 있는 가정이나 건강한 식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에게는 가격보다 원재료의 생산 방식이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다만 이름이 비슷하다고 해서 모두 같은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제품의 인증 표시와 기준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프리미엄 식재료의 공통점은 많이 먹기 위한 상품보다는 ‘제대로 먹기 위한 상품’이라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평범한 토마토 한 팩 대신 맛있는 토마토를 사서 올리브오일과 소금만 곁들여 먹거나 좋은 달걀로 간단한 계란 요리를 만드는 식입니다. 외식 한 번에 드는 비용과 비교하면 집에서 조금 좋은 식재료를 사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라고 느끼는 소비자도 있습니다.
‘작은 사치’가 식탁으로 내려왔다

예전의 프리미엄 소비가 명품이나 자동차처럼 큰돈이 드는 상품에 집중됐다면 지금은 일상적인 식재료에서도 나타납니다. 과거부터 고급 과일과 이색 식재료의 소비가 확산된 배경에는 자신의 취향과 현재의 만족을 중시하는 소비 문화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매일 먹는 과일 한 팩, 주말에 먹는 달걀, 샐러드에 넣는 채소처럼 작은 금액으로 만족감을 얻는 ‘식탁 위 작은 사치’인 셈입니다.
박희정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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